거룩함은 내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거창한 거룩함이 있어야할 것 같았고, 무엇보다 거룩한 행위가 동반되어야할 것 같았다. 스스로를 거룩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척이나 가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자신의 추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거룩하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기가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시작했던 일이 언젠가부턴가 부담이 되었다. 아무도 부담을 주지 않았지만 혼자서 부담을 느꼈다. 괜시리 목사님에게도 죄송스러웠다. 돌이켜보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 스스로 이 섬김에 있어서 ‘나’라는 것에 초점을 두게된 후가 아닌가 싶다. 가진 것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섬길 수 있는 작은 일로 여겨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보였다. 나를 드러내지 않는 일이어야했는데,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나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뭐라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뭐 그런 것이었다.
비교적 오래전,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 거룩함에 대해서 마음에 꽂힌 말씀이 있었다. ‘거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부터가 이미 거룩한 것이다’라는 말씀이었다. 시간이 꽤 지나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지난주 주일 아침 레위기 말씀을 묵상하던 중 말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레 11:44-45
설교를 듣고 나니 거룩함을 사모하는 마음이 생겼다. 보잘것없고 죄 뿐인 내가 거룩해질 수 있다니 희망이 생겼다. 거룩함을 사모하는 마음이 생기니 내가 그동안 수없이 반복하던 어두운 습관과 죄성이 드러날 때면 스스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거룩함을 향해 가고 있는지 혹은 죄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나중에는 스스로가 견딜 수가 없어 자연히 죄가 끊어진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갈 길이 멀었다. 다만 이를 사모하는 마음과 죄를 싫어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다. 우리의 힘으로는 절대로 거룩해질 수 없다. 매일을 산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죄 많은 존재인지를 처절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목사님 말씀처럼, 우리가 잠깐 동안은 우리의 힘으로 거룩해질 수 있으나, 그것은 순간이며 착각일 뿐, 우리 안에서 짜낸 거룩함은 충전기에 연결되지 않은 핸드폰처럼 언젠가는 방전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항상 하나님께 연결이 되어있어야만 하는 존재다.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수 있는 건 오직 우리의 죄 뿐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기뻐하시며 기꺼이 우리를 받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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